얼른 결혼하시길 :: 2009/05/09 23:48


예전 어느 프로그램에서 이영자가 김제동에게 물었다.

'송윤아야, 나야? 꿈이야, 현실이야?'

그러자 김제동이 말하길

'꿈은 이루기가 힘들고, 현실은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2003년인가 김제동이 이소라와 같이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다.
일종의 고민 해결 코너였었는데 그때부터 김제동은 참 말을 잘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수많은 인생의 고민 앞에서도 긍정적이고 유머를 잃지 않는 충고를 해주던 그가,
사랑이나 연애의 고민들 앞에서는 늘 패배자스러운 모습만 보였다.
충분히 그러지 않아도 될 나이, 위치에 올랐으면서도 자신을 못난 사람인양 대하던 그의 말투가 생각난다.

어제 결혼 소식을 뉴스로 보고 제일 먼저 김제동 생각이 났다.
그것이 진심이든, 사실이었든,
사람들에게 알려진 김제동의 못난 남자 이미지는 앞으로 몇년은 더 갈 것 같다.
그도 얼른 결혼을 해버리면 다행일 것이나 수년전 라디오에서의 그의 모습이 쉽사리 바뀔것 같지는 않다.

여튼 내가 갖고 있는 패배자, 루저 마인드, 그 시발이 그때 들었던 라디오와 김제동인 것은 분명하다.
어떤 사건에 대한 판단에 공감이 클수록 태도와 말투가 그를 닮아가고 있었다.
그때는 나름 성공적인 연애를 하고 있어서 눈치채지 못했는데
사랑에 있어서 피해자가 되려고 하는 못난 남자 습성은 이제보니 그때부터 있던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에 유행하는 패배자 말 놀이가 있던데, 때론 일종의 자기 포기가 긍정적인 것일 수 있다.
세상이 일류, 경쟁, 치열한 삶의 태도를 요구할 때 겁이 나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가치들만이 정답은 아니고, 또 정답대로 살 필요도 없으니까.
중요한 건, 현실을 인정하고 그것에 비관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루저들의 한가지 공통점은 단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단정함은 오로지 자신의 생각에서 기인하는 것이고.

이룰 수 있는 꿈을 꾸자, 만족스런 현실에서도.


2009/05/09 23:48 2009/05/0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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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wadays | 2009/05/11 01:5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정답대로 살 필요도 없다는 것...역시 자기 변명 아닐까??
    그게 "가능하다면" 정답대로 살아도 충분히 만족할거야 나는...OTL

    P.S. 댓글 풀었네??

  • kundeuk | 2009/05/11 22: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변명인 것 맞다.
    오답인줄 알면서도 기어이 막패를 보고 마는 경우가 왕왕 있어놔서, 합리화라도 하지 않으면은 내가 너무 불쌍하잖아.
    어쨌든 '해피 루저' 쯤으로 해서 전혀 새로운 자기계발서가 하나쯤 나와도 좀 팔릴거 같애.

    댓글은 광고글이 붙길래 지우기 귀찮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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