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라이어, Malcolm Gladwell :: 2009/06/07 22:20
/Book

아웃라이어는 수학적 의미에서 다른 대상들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를 의미한다. 성공학에서라면 일반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성공을 이루었던 몇몇의 소수를 가리키는 말이 된다. 그들의 성공이 무엇에서 기인하였는가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하는 책이다. 일반적으로 짐작되는 타고난 재능, 유전적 우월성 같은 것들이 개인적인 성공담으로 포장되기는 쉬운 일이나, 사회적으로 얼마나 많은 천재가 생산될 수 있는가 하는 측면에서 그들이 단순히 천재로 태어나서가 아니라, 성공하기 위한 개인적, 사회적 조건들이 존재하여야 함을 주장한다.
전체적인 느낌은 좀 더 대중적인 방향에서 블링크가 보이는 것 같고, 얼핏 검은 백조의 그림자도 느껴지는 듯 하다. 쉬운 책이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이슈들이 있어 정리해본다.
일 만 시간 법칙.
지하철 북으로 1일 30분이란 책을 구입한 적이 있다. 거기서도 나온다. 일 만 시간 법칙. 명사의 강연회 같은 곳에 가면 그런 분들도 간혹 언급해 주시기도 한다. 일 만 시간 법칙.
무언가에 잘하기란 쉽지 않다.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노력의 문제인데 이때 적용되는 것이, 그 일을 일 만 시간 계속해서 연습하면 그 누구보다 잘 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이 법칙에 지배를 받는데, 물론 타고난 재능이 미치는 영향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재능이란 것은 일 만 시간의 노력을 좀 더 수월한 것으로 느끼게 해줄 뿐 - 예를 들면 향상 속도가 남보다 빠르면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되는 것처럼 - 실제로는 모두가 일 만시간의 노력을 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 뿐이라는 것이다.
몸에서 이끼가 끼는 듯한 환상을 겪을 정도로 노력하지 않고 있는 삶이라 반성이란 것 조차 민망하다. 얼마전에 또 새로운 포지션으로 적이 바뀌어서 업무적으로 상당히 피로도를 느끼고 있었는데, 단순히 재능으로만 덤비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 전공의 의미는 단순히 학사 학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엔지니어의 생활을 하고 있으니 처음에는 배우고자 하는 의욕보다 기존의 엔지니어와 다른 시각으로 승부를 보아야겠다 오만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입에 베는 기술적인 표현들이 마치 나의 지식인 것 처럼 자만했고. 적어도 내가 하는 결정들이 어째서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지 누구에게든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부끄럽게도.
돈 버는 일 뿐만 아니라 평생 하고 싶은 일들 중에서, 이를테면 음악이라던가 글을 쓰는 일이라던가 하는 것들도 일만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일류 수준의 아마추어가 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좋아하는 일에 노력도 없이 성과를 얻고 마음이 편하기를 바라면 안된다는 의미이다.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노력해야 하는 것이 단순한 진리이다.
실용지능.
흔히 아이큐라고 불리는 것은 지적재능인데 이것과는 별개로 성공을 좌우하는 것 중에 실용지능이라는 것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는 재능? 혹은 상황을 돌파하고 해결해 나가는 능력? 쯤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내게 절실히도 부족했던 것이 바로 실용지능이었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벽에 가로막혔을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했는가, 상대를 움직이기 위해 설득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거쳤었던가. 작가는 이것이 성장환경에서 습득되는 것이라 하는데, 예를 들어 가부장적이고 교조적인 분위기에서 성장한 친구들을 이런 능력이 부족하여 수동적이고 비관적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포기해 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공감하면서 안타깝지만 이제부터라도 배워야 겠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원만하게 사회로부터 얻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있다. 그것이 성격의 문제인지, 가치관, 습관, 말투, 행동, 외모, 지능, 학력 무엇이 바뀌면 그리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있다.
PDI Power Distance Index .
조직이론에서 배웠던 기억이 나는데 홉스테드의 권력간격지수를 비행기 사고와 관련하여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한국 사회와 그 속의 조직을 어떻게 이해 하는지, 수십년도 더 된 자료로 현재를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도 같으나 공감하는 면이 적지 않다. 타국에서 권력간격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의 조직에서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고 직접적인 의사전달을 원한다면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걸 알면서도 일종의 오기 같은 것이 있어서 나는 타협하지 않았는데, 책의 결론은 그래서 사회가 잘못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성공이 어디까지나 천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회적인 조건들 하에서 가능한 것이기에 그것을 인정하고 이용할 줄 알아야 함을 말하고 있다. 중요한 말이다. 개인이 조직을 바꿀 수 없다. 먼저 적응하고 이용하는 일이 선행되어야지만 개인의 성공도, 조직의 발전도 가능하다.
책을 쓰는 일은 참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대게 한 우물을 파신 분들이 동일한 주장을 여러 권의 책을 통해 하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된다. 말콤 글래드웰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주제라기 보단 사회를 보는 시각이랄까.
혹 운이 좋아 연구를 하게 되고 내 얘기를 책으로 쓸 수 있게 된다면 아마도 나 역시도 죽을 때까지 한 가지 주장만 되풀이 하게 될 것 같다.
쓰고 나니 참으로 먼 얘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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